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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당 조성주의 압축파일 서법강좌> 제2강 : 한자(漢字)의 조자(造字) 원리 – 육서(六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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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12-05 15:05:18
  • 수정 2025-12-05 15: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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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당 조성주 (서예가 · 철학박사)

육서(六書)에 의한 한자의 조자법(造字法)은 소전(小篆)의 형태를 근거로 하여 그 뜻의 근원을 탐구하였으므로 한자의 형태와 본래의 뜻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원리이다. 그러므로 이 육서법의 공부를 통해 고체(古體)에서 금체(今體)로 서체가 변천한 경로를 알 수 있고, 또한 예술적 본질까지 이해함에 큰 도움이 된다.

한자의 조자법(造字法)에 대한 이론 중 가장 일찍부터 사용한 방법이 곧 육서의 원리로, 이는 한자의 자형(字形)을 연구하는 가장 권위 있는 조자(造字) 학설이다.

서예는 한자를 근본으로 하여 출발한 예술의 영역이므로 그 한자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대한 이론과 심미적(審美的) 특징에 관한 공부는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따라서 한자의 형태를 대상으로 하는 서예술의 창작과 이 한자의 조자법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서예나 문자학을 공부하려면 먼저 ‘육서(六書)의 원리’에 대해서 필수적으로 알아 두어야 한다.

조자 원리 육서법은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전주(轉注) 가차(假借)이다.

동한(東漢)의 허신(許愼, 30~124)이 『설문해자(說文解字)』 「서(敍)」에서 이렇게 기록하였다. 


“周禮 八歲入小學 保氏敎國子 先以六書 一曰指事 指事者 視而可識   察而見意 上下是也 二曰象形 象形者 畵成其物 隨體詰詘 日月是也 三曰形聲 形聲者 以事爲名 取譬相成 江河是也 四曰會意 會意者 比類合誼 武信是也 五曰轉注 轉注者 建類一首 同意相受 考老是也 六曰假借 假借者 本無其事 依聲託事 令長是也 [주례에 8세에 소학에 들어가면 보씨*가 먼저 육서를 가지고 자제를 가르친다 하였으니 첫째는 지사로 지사라는 것은 보아서 인식할 수 있고 살펴 뜻을 보는 것으로 上, 下가 이것이고, 둘째는 상형으로 상형이라는 것은 사물이 그림으로 이루고 몸체의 굽힘을 따라 보는 것으로 日, 月이 이것이고, 셋째는 형성으로 형성이라는 것은 일을 가지고 이름을 삼고 비유를 취하여 이룸을 돕는 것이니 江, 河가 이것이고, 넷째는 회의로 회의라는 것은 부류를 나란히 놓고 의미를 합하여 그것으로서 가르키는 것을 드러냄이니 武, 信이 이것이다. 다섯째는 전주로 전주라는 것은 종류별로 하나의 부수를 세워 같은 의미를 서로 받는 것이니 考, 老가 이것이고, 여섯째는 가차이니 가차라는 것은 본래 일이 없어 소리에 의거해 일을 기탁한 것이니 令, 長이 이것이다.]”


다음에 하나하나 간단히 핵심만 가려 설명한다.


1. 상형(象形)


위 『설문해자(說文解字)』 「서(敍)」에 “畵成其物 隨體詰詘 日月是也.[사물이 그림으로 이루어지며 몸체의 힐굴을 따르는 것으로 日, 月이 이것이다.]”라 했다.

즉 어떤 물체를 근거로 하여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윤곽이나 형상을 그린 것으로, 사물의 가장 뚜렷한 특징과 모양을 본뜬 글자를 뜻한다. 이러한 상형자는 고체(古體) 서예의 형태와 구성에 기초제공을 했으며,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에 의한 조자법에 기본적 소재가 된다.

<상형자의 예> 日, 月, 木, 人, 水, 馬, 魚, 山, 耳, 目, 口, 手, 女, 心, 水, 川 등


상형(象形)

2. 지사(指事)


“視而可識 察而見意 上下是也 [눈으로 보아서 인식할 수 있고 관찰해서 그 뜻을 보아 알 수 있는 것으로 上, 下가 이것이다.]”라 했는데, 부연하자면 상형자와 달리 자세히 고찰하여야 그 뜻을 알 수 있는 무형의 추상적 개념을 부호로 표시한 글자 류를 이름이다.

기준선 위라는 표시 ‘上’, 아래라는 표시 ‘下’, 나무의 밑부분을 표시하는 ‘本’, 끝부분을 표시하는 ‘末’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지사자의 예> 一, 二, 上, 下, 本, 末, 四, 五, 至, 中 등 


현재 약 5~6만여 한자 가운데 상형과 지사자는 합쳐서 1,000여 자 내외이며, 이 두 종류는 곧 전체 한자의 기초적 역할을 한다.


지사(指事)

3. 회의(會意)


“比類合誼 以見指撝 武信是也 [部類를 나란히 놓고 의미를 합하여 그것으로써 가리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니 武, 信이 이것이다.]”라 하였다.

이것은 관련이 있는 두 글자를 합쳐서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방법이다. 즉 두 개 이상의 상형자, 지사자를 합쳐서 한 개 글자를 생성하는 원리로, 그 조합 방법으로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 상형+상형 : 林, 休 炎 轟

· 상형+지사 : 信, 仁


회의는 한자 생성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편방(偏旁), 부수(部首) 등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한자의 확장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보다 진일보된 한자 발전의 기점(基點)이 되었다.


회의(會意)

4. 형성(形聲)


“以事爲名 取譬相成 江河是也 [사물(글자)로써 이름을 삼고 비유를 취하여 서로 이루는 것으로 江,河가 이것이다.]”라 했다.

이는 사물로써 글자의 뜻을 정하고 소리 내는 부분에 같거나 비슷한 것을 취하여 글자의 음을 표시하는 것으로, 즉 한 글자에 음 부분과 뜻 부분으로 구성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뜻 부분인 형방(形旁)과 음 부분인 성방(聲旁)의 조합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형성자엔 조합 방법이 여섯 가지가 있으니 다음의 방법이다.

뜻 부분이 곧 옥편의 부수 자에 해당된다.


· 上形下聲 (위는 뜻 부분, 아래는 음 부분) : 篆

· 下形上聲 (아래는 뜻 부분, 위는 음 부분) : 妄

· 左形右聲 (좌는 뜻 부분, 우는 음 부분) : 淸

· 右形左聲 (우는 뜻 부분, 좌는 음 부분) : 欣

· 內形外聲 (안은 뜻 부분, 밖은 음 부분) : 同

· 外形內聲 (밖은 뜻 부분, 안은 음 부분) : 團


형성에 의한 조자법은 앞서 상형이나 지사, 회의의 한계적 조자 원리를 벗어나 한자의 무궁한 창조를 가능케 하였으며, 아울러 결체의 평형과 대칭 변화 등 조화의 미적(美的) 영역을 넓혀 서예작품의 창작에서 다양한 결체적 구성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현재 전체 한자의 80~90%가 형성자라고 보면 된다.

<형성자의 예> 江, 河, 淸, 治, 油, 格, 株 등


옥편(玉篇)이나 기타 한자 사전에 따라 ‘자원(字源)’으로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ㅎ여성(形聲) 등이 표기되기도 한다.


형성(形聲)

5. 전주(轉注)


“建類一首 同意相受 考老是也 [부류(部類)별 한 개의 부수를 세워 같은 의미를 서로 받는 것이니 考, 老가 이것이다.]”라 했다.

전주(轉注)는 위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이 네 가지와 달리 글자를 만드는 원리가 아니고, 이미 만들어진 글자를 의미 변화로 활용하는 원리이다. 즉 같은 글자를 가지고 두 가지 이상의 음과 뜻으로 쓰는 것으로, 옥편류를 열어보면 어떤 한 글자에 두세 가지의 뜻과 음이 나열되어 있음을 볼 수 있으니 이것이 곧 전주에 의한 방법이다.

<전주의 예> 樂, 惡, 說, 數, 更, 降, 行, 易, 塞 등


6. 가차(假借)


“本無其字 依聲托事 令長是也 [본래 그 글자가 없어 소리에 의지해 글자를 기탁한 것(빌림)이니 令, 長 등의 글자이다.]”라 했다.

가차란 소리는 있는데 아직 쓴 글자가 없어 그 소리 즉 음(音)이 같이 나는 한자를 대신 빌려 사용한 것을 말한다. 더 쉽게 말하면 뜻과는 관계없이 음만 빌려 쓰는 한자이다. (진나라 시대에 현장(縣長)이라는 관직이 생겼는데, 그것을 기록할 만한 글자가 없자 ‘令’자와 ‘長’자를 빌려 고을의 명을 전하는 현장(縣長)과 현령(縣令)을 표기하였다 함.)

예컨대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의성어, 모양이나 움직임 등을 표기하는 의태어, 그리고 외래어 등을 표기할 때 적용된다.

가차도 전주와 마찬가지로 한자의 조자 방법이 아니고 이미 있는 한자를 가지고 응용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전주와 가차의 활용은 한자의 발전 과정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가차의 경우 한자가 뜻글자, 즉 표의문자(表意文字)라는 것에서 발생하는 한계성을 해결해준 것으로, 외국어와의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생활 속 외래어나 영어의 자명(地名), 국명(國名) 등의 표기에도 이 가차의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가차의 예> 亞細亞(ASIA), 新加坡(싱가포르), 馬來西亞(말레이시아), 佛蘭西(프랑스), 西班牙(스페인), 紐約(뉴욕), 歐羅巴(유럽) 등. 可口可樂(코카콜라), 百事可樂(펩시콜라), 巧克力(초콜릿), 咖啡(커피) 등. 比丘尼, 佛佗 등 인도어의 발음과 비슷한 음.


<참고문헌>

· 『中國書法藝術史』 (裵奎河 편저)

· 『說文解字』 (許愼)

· 『중국문자학의 이해』 (이홍진 역) 外


* 保氏 : 왕의 악함을 간하고 대부의 아들(國子)을 道로써 길러내는 업무를 담당하였음.

※ 詰詘 (다스릴 힐, 굽을 굴) : 구부러져서 펴지지 않음 

※ 撝 (도울 위, 휘두를 휘)

※ 譬 (비유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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