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 세천 김외순(細泉 金外順) 선생이 「붓끝에 먹빛을 담아서」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고, 작가의 정신이 내함된 역동적 필선과 생동감 있는 먹빛을 선보였다. 작가의 내면을 투영하고 생명력 있는 필묵을 구현하는 데 중점에 두었으며, 절제된 필선(筆線)에 고도의 정신성과 예술미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기본을 중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인화 정신의 본질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다. 또한 현대적 미감을 극대화시킨 포치나 기법도 엿볼 수 있었다. 먹의 농담(濃淡)을 달리한 윤갈(潤渴)의 조화로 힘과 서정적 교감도 잘 확보하였다는 평을 받았다.
김외순, 대숲Ⅱ
세천 선생은 먹색의 생동감과 활력을 중요한 특징으로 삼고 있다. 묵죽 작품들을 살펴보면 ‘살아있는 먹빛’ 추구와 일맥상통하는 걸 알 수 있다. 작가노트에서 “붓끝을 떠난 단 한 번의 필선!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필획 하나하나가 고귀한 시간”이라고 언급하며, 찰나의 순간에 완성되는 필획에 높은 가치와 집중력을 부여하였다.
세천 선생에게 있어서 문인화는 “마음속 다 풀지 못한 생각과 소망을 정성껏 붓끝에 담아 펼쳐 놓아” 보는 과정이자 “지나온 삶의 마디마디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성찰의 행위이다.
세천 선생의 문인화 작품세계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사군자이다. 이번 전시 작품 목록을 살펴보면 매난국죽(梅蘭竹菊) 사군자에 주력하였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김외순, 묵매Ⅱ
사군자는 유가(儒家)의 선비 정신을 구체화한 소재로서 문인화에서 애호되었다. 대나무의 곧고 순수한 자태, 텅 비운 무욕은 유교의 관념적 가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변하지 않는 이상적인 군자의 모습으로 문인 예술의 소재로 애용되었다. <대숲> 연작 등의 작품에서 개체와 군집의 양면성을 함께 보여주면서 은둔자로서의 상징성이 영속하며 합일하는 면모를 동시에 내포하였다.
매화 역시 고결한 정신과 절개를 표현하는 문인화의 주요 소재이다. 작품 <묵매Ⅱ>는 마치 글씨를 쓰듯 대담하게 노간(老幹)을 표현하였고, 상방(上方)을 트고 가지가 향한 오른쪽에 주력하여 꽃을 피워 균형을 이루었다. 하방(下方)은 여백을 풍부하게 남긴 점이 돋보였다.
김외순, 난초Ⅱ
고결함과 은일(隱逸)을 상징하는 난초 작품 가운데 전지 다섯 장 연폭의 묵란 작품 <난초Ⅱ>는 오랜 수련을 통해 얻은 정련된 필선이 돋보였다. 하나하나 독립된 난초를 하나로 담아 장쾌하게 연출하였다. 담묵과 농묵의 변화로 입체감을 확보하였고, 원근 배치로 율동감을 부여하였다.
국화 작품에서는 담묵을 주조로 하고 농묵으로 입체감을 살린 <묵국Ⅰ>은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에도 홀로 피어나는 절개와 은일(隱逸)의 정신을 상징하는 국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였다.
사군자 외에도 현대적 미감이 돋보이는 작품도 많았다. <봄날>은 창조적 공간경영에 주목하게 한다. 현대적 미감을 극대화시킨 포치는 전통 문인화 정신을 바탕에 두었지만 현대적 미감을 고취시킨 작품이다.
김외순, 묵국Ⅰ
김외순 선생은 “문인화는 심화(心畵)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은 내면에 담기고, 그렇게 담긴 내면의 풍광을 고요한 화실에서 붓끝으로 꺼내본다.”고 하였다. 또한 “지나온 삶의 마디마디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앞으로의 멋진 작품 계획도 마음속 넓게 펼쳐놓곤 한다.”는 고백은 붓을 들기 전 내면의 정서를 통합하고 정리하는 심리적 자각 과정이 선행됨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세천 김외순 선생은 이번 전시작에서 필선(筆線)의 숭고성을 깊이 감지하고 이를 뚜렷이 하고자 하였다. ‘붓끝에 먹빛은 담아서’라는 부제는 세천 선생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바로 ‘먹빛’이 작품의 주를 이루겠다는 것이며, 그 먹빛이 담아낸 생동하는 기운을 드러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김외순, 봄날
세천 김외순 선생은 대한민국미술대전(문인화 부문) 초대작가,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남대학 심리상담 및 계명대학 국어국문학 졸업 후 초등교사로 37년 근무하였으며, 교사 재직 중 미술영역에서 많은 수상을 하였다.
김외순, 묵연
김외순, 홍매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