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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9 09: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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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부철 작가



작업을 일상의 일기처럼 써내려 가듯 진행하고 있는 한부철 작가.


일기는 혼자만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 하루하루의 일상을 기록한다. 유행 따라 작업을 하다보면 나 아닌 나의 작업으로 진정성이 결여될 수 있지만 한 작가는 작업 속에서 일상처럼 진솔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작품의 과정을 지금껏 네 가지 화두를 가지고 진행해 왔다고 한다.


초기 ‘고향이야기-흔적’ 시리즈에서는 문명의 빠른 변화 속에서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사회현상 속에서 나의 모태이고 뿌리인 고향의 흔적을 통해 유년시절에 가장 순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운 삶의 기억들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길을 묻고 찾아가는 작업들이었다.


이후 ‘사유하다’ 시리즈에서는 떨어지는 꽃잎을 통해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삶에 대해 물음을 던지게 된다. 1년 4계절 꽃이 피고 지는 자연현상은 매일 반복되는 인간의 삶과 비슷하게 닮아있다. 하지만 生과 死 오늘과 내일처럼 매순간 매순간이 사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현재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바라보다’ 시리즈에서는 자연의 현상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변해가는 자연의 현상을 느끼고 사색함으로써 들꽃의 평범한 가치와 존재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에 작업한 ‘담다’ 시리즈에서는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힘든 시간들을 제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 어머니의 향기와 흔적들을 찾게 됐다. 어머니의 체취가 그대로 담겨있는 장독과 사발 등 세간살이에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자식을 위한 간절한 마음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었다.


포용과 이해 그리고 무한 사랑의 어머니 마음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에너지가 되며, 이처럼 그의 작품은 그 동안 보여주었던 시리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인간적 행위와 관련돼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은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自問)이자 그에 대한 가장 솔직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 한부철 作 ‘담다’ WaterColor on Arches 245x122cm 2017



다음은 한부철 작가와의 일문일답


-. 수채화의 매력은.
서양의 재료이지만 물과 하얀 종이의 느낌은 동양적(한국적) 느낌에 가깝다. 또한 재료의 특성상 스밈 속에서 나타나는 색감은 맑고 경쾌하고 편안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작업은 수채화의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가벼움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그래서 작품은 수채화의 경쾌하고 맑은 느낌도 있지만 무겁고 깊이 있는 작업을 통해 수채화의 새로운 확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 이처럼 물과 종이 그리고 스밈은 동양적(한국적)정서와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재료로 매력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품 속에 담긴 정서가 따뜻하게 느껴지게 하는데.
일상에서 무침코지나치며 만난 소소한 이야기나, 여행을 통해서 바라본 현상들에서 작업은 시작된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에 최대한 집중을 하고 있으며, 여러 개의 하얀 캔버스를 펼쳐놓고 충분한 시간을 통해 깊은 몰입으로 생각을 담으려고 한다. 여백의 미처럼 가득 메우고 있는(하늘, 바다, 공간 등) 자연의 거대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함축해 최소한의 이야기를 하며, 화면중심에 있는 들꽃이나 바다 그리고 떨어지는 꽃잎들은 자연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현상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성찰 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주고 있다.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정적인 고요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를 기대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 한부철 作 ‘바라보다’ 存在 WaterColor on Arches 100x73cm 2008


-. 작품 속 그릇, 장독대, 문살, 갯벌 등 풍경이 편안하고 정겹다.
고향의 이미지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뿌리이자 근본은 고향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간척을 해서 바다가 논으로 변했지만 고향 마을은 아담한 앵무새 모양의 산이 감싸고 있고 앞에는 바다가 펼쳐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바닷가 첫 번째에 집이 자리했는데, 정 동향이어서 창호지 문틈사이로 비치는 해를 보고 하루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바다작업의 대부분느낌이 예전에 집 마루에서 바라본 느낌과 비슷하다.


-. 관람객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작품은 평범한 일상에서 만난 소재들을(바다, 하늘, 그림자, 들꽃, 떨어지는 꽃잎, 낙엽)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만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그 안의 가치와 의미를 인식하게 된다. 우리 모두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며 살아가길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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