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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0-23 10:56:45
  • 수정 2019-10-23 11: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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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회(회장 김근회)에서 스승 계정 민이식 선생의 팔순을 맞아 연고회 사제동행전(硏古會 師弟同行展) <만남, 그 흔적>을 연다. “선생님의 그림자를 거울삼아 청운의 꿈을 안고 예술의 길을 선택한 제자들”이 한국 화단의 중추가 되었고,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문인화 예술을 더 높고 깊게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시 제목으로 삼은 <만남, 그 흔적>은 스승과 제자의 만남에서부터 예술의 지난한 길을 걸어오면서 내면과 문인화 예술세계에 남긴 흔적과 여적을 오롯이 담고 있다. 


김근회 회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감회를 이렇게 밝혔다.

“선생님의 그림자를 거울삼아 청운의 꿈을 안고 예술의 길을 선택한 제자들에게 선생님은 늘 ‘청출어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배우고 익히던 긴 세월의 흔적을 보석처럼 여기며 스승과 제자들이 한 마음으로 선생님의 팔순전 잔치를 열게 되었으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뜻깊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되돌아보면 작가로서 한 일가를 이룬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닌가 합니다. 때로는 좌절과 고통을 이겨내며 각자의 자리를 지켜온 연고회원 모두에게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스승의 가르침이 어찌 말과 붓에만 있겠는가. 몸짓 하나, 숨결 하나까지 모두 가르침이었고, 그것을 감지하고 느끼고 받아들인 제자들은 소중하게 간직하며, 나아가 그것이 상징하고 의미하는 바를 구현하고, 더 나아가서는 스승이 늘 강조하였던 ‘청출어람’을 위하여 매진하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해서 연고회 회원들은 한국 문인화단에 중추가 되었고, 그들 역시 많은 제자들에게 계정 화맥(溪丁畵脈)을 잇고 있다.

연고회는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88년에 창립전을 연 이래 2011년까지 11회의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30년이라는 세월은 검은 머리를 희끗한 머리로 바꾸고, 윤기나던 피부를 적당히 주름을 잡아주는 중년으로 변모시킬 만큼의 기간이다. 그러나 30년의 시간, 사제로 만나 가르치고 배우며, 이끌고 성장하며 보내온 시간은 당사자들에게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귀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연고회 사제동행전 소식을 접하면서 한국 현대 문인화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문인화의 정착과 저변확대를 위하여 기울인 계정 선생의 남다른 노력이 고스란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정육 미술칼럼니스트는 전시 평문에서 계정 민이식 선생과 연고회전의 의의를 명징하게 밝혀놓았다.

“계정 민이식은 제2세대 문인화가에 속한다. 문인화의 해방 1세대인 장우성, 박노수, 서세옥, 최정균, 김옥진 등의 뒤를 이어 문인화의 현대화와 정립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작가다. 계정 선생은 오랫동안 한국회화의 본령이었던 문인화가 일제강점기와 국전을 거치면서 그 설자리를 잃고 외면 받아 온 현실을 개탄하면서 문인화의 제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평생을 바친 작가다. (…) 계정 선생은 문인화를 서예부에서 분과시킬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그 결과 2001년 미술협회 정기총회에서 문인화부의 독립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런 계정의 활동은 ‘서예와 회화는 근원이 같다’는 서화동원(書畵同源)의 이론과, 시서화(詩書畵)가 결합된 작품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문인화가 서예의 하위개념으로 치부되던 서러움을 일시에 떨쳐버린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문인화가들의 화합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사단법인 한국 문인화협회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자처했고 ‘문인화야말로 한국성이 짙은 미술’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한국 문인화의 개척과 정착에 혼신을 다해온 스승 계정 선생의 팔순을 맞아 팔순전으로 준비한 <연고회 사제동행전 (硏古會 師弟同行展)>은 과거 30년의 반추이자 흔적을 좇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다. 그러기에 감회가 크고, 그 동안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그러나 이 전시가 지닌 더 큰 의미는 사제가 동행하여 만든 문인화의 길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계정 선생은 자연의 생명과 우리인간의 생명이 일체가 됨으로 우리는 언제나 심안(心眼)을 열고 물상의 생명력을 표현하여야 한다고 늘 강조하였다. 그 문인화 정신은 또 다른 ‘만남, 그 흔적’을 만들어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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