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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호 선생 특별 인터뷰 - ‘혜계옹리천(醯鷄甕裏天)’ 서예가는 독안의 초파리와 같아서는 안 된다 - 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위원장, “청년 서예가 양성 위해 지원 아끼지 않을…
  • 기사등록 2018-09-27 15:11:46
  • 수정 2018-11-29 20: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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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계옹리천 醯鷄甕裏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가 노자를 만나고 와서 수제자인 안회(顔回)에게 자기는 독 안의 초파리와 같이 변변하지 못한 존재라고 했다는 말에서 유래된 고사성어 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감정지와坎井之蛙’(우물 안 개구리), 혹은 ‘관중규표管中窺豹’(대롱 한가운데로 표범을 엿본다) 등이 있습니다. 제가 이 고사성어를 서두에 꺼낸 것은 우리 서예가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본인의 글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서예가 효정(曉丁) 권인호(權寅鎬)선생의 말이다.


▲ 효정 권인호 선생.



현재 연세대학교 서예강사, 중앙일보 문화센터 서예강사, (사)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효정 권인호 선생은 어렸을 적 글을 잘 쓴다는 주위 어르신들의 말씀에 글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친구를 따라갔던 서예대회에서 특선을 하면서 붓을 처음 잡아 보았으며, 월파 김은섭 선생 밑에서 먹을 갈며 서예를 배우게 된 것이 지금까지 45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회고 했다.


그는 “한 작품 안에는 큰 것과 작은 것, 긴 것과 짧은 것, 뚱뚱한 것과 날씬한 것, 다시 말해 대·소·장·단·비·수·원·방·건·습 등이 모두 들어가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모든 글씨에는 각자 나름의 생김이 있다. 못생긴 것은 못 생긴 대로, 잘 생긴 것은 잘생긴 대로, 본디 모양대로 쓰는 것이 세예의 규율이며, 그 규율을 준수한 후에 새롭고 풍부한 예술미를 가해 창작해 내는 것이 세예가의 길”이라고 전했다.


효정 선생은 “서예라는 예술은 일반인들이 서예를 해보지 않는 이상 절대 서예술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며 “흔히들 붓글씨를 서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붓글씨와 서예는 다르다”고 피력했다.


선생에 따르면 붓글씨는 우리나라의 대 학자가 자신의 논문이나 시를 쓰는데 있어서 대중들이 그것을 쉽게 읽을 수 있고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 붓으로 글씨를 쓰거나 인쇄를 하는데 서예는 말 그대로 ‘글씨 예술’로써 자신의 마음 속 모든 것을 글씨로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또한 서예는 옛날 글씨만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권 선생은 많은 사람들이 서예를 옛날 글씨만 쓰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데 이는 서예의 역사는 1700년대 이전부터 쓰였던 글씨가 현대 사회에서도 많이들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옛날 글씨를 쓰면서 어떻게 서예의 역사가 지탱해 왔으며 발전해 왔는지 알아야 자기 글씨를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어떤 성과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선생은 서예대전에 ‘특심제’를 도입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효정 선생은 외국에서 우리나라 서예(전시)를 보고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너무 규범적”이라고 말을 한다고 했다. 글씨가 너무 딱딱하고 융통성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서예가 외국인들 눈에 이렇게 보였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권 선생은 우리나라의 경우 사제지간에 있어 선생이 글씨(체본)를 써주면 제자는 그것을 똑같이 배껴서 작품을 출품한다며 이런 문화가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본인의 글씨를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효정 선생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특심제’를 도입했다며, ‘특심제’는 1인 심사 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미술협회에 딱 맞는 심사제도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청년작가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전시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전시를 하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는 효정 선생은 청년작가들을 위해 한국미술협회에서 전시장과 도록 및 광고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청년작가전을 개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청년작가들을 지원하고 그들을 양성하게 되면 그들이 나중에 한국미술협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을 때 그들은 좀더 깨끗하게 미협을 이끌어 나가지 않겠냐고 했다.


대부분의 서예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행·초서를 서예의 꽃이라고 말한다. 지난 45년여 동안 행·초서를 연구하면서 행·초서만 써왔다는 효정 권인호 선생. 그의 글씨와 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위원장으로서의 정책 및 사업 등은 시대적 흠름을 초월한 진정한 ‘서예가’ 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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